1조짜리 소송이 40억으로 둔갑…삼양식품의 늑장 공시가 '신의 한수'

입력 2018-03-08 15:09   수정 2018-03-08 16:05



국내 최초의 라면회사 삼양식품이 1조원 규모의 소송 사실을 고의로 지연공시해 주주들을 기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 7일 삼양USA(원고)와 진행 중인 1조원 규모의 손해배상에 대해 원고와 원만히 합의해 합의금 약 44억원 규모로 종결절차를 진행 중에 있다고 공시했다.

삼양식품은 2016년 5월 미주지역 수출을 책임지던 삼양USA로부터 1조원짜리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삼양USA가 삼양식품의 미주지역 독점배급권을 100년간 갖기로 이미 계약했는데 삼양식품이 이를 어겼다는 이유에서다.

1조원이라는 액수는 삼양USA가 100년간의 독점배급권에 연간 100억원의 매출을 임의로 곱해 산정한 수치다.

삼양식품은 1997년 창업주인 고 전중윤 회장이 둘째 딸인 전문경 사장에게 삼양USA를 넘겼다. 아들인 전인장 회장에게는 삼양식품 경영권을 맡겼다.

당시 삼양식품은 삼양USA와 100년간 미주지역 독점배급권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양USA는 이 계약을 통해 1997년부터 향후 100년간 삼양식품 제품을 미주지역에 독점으로 판매할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그러나 경영권이 전인장 회장에게 넘어온 뒤 이를 부당계약으로 판단한 삼양식품은 2013년 다른 업체에도 제품을 넘기는 병행수출을 시작했고, 결국 삼양USA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USA가 미주지역에 유통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해 오히려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는 판단"이라며 "삼양USA가 유통을 맡던 시절에는 연 20억~30억원에 불과하던 수출액이 계약해지 이후 70억~80억원으로 크게 뛰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미 2016년 5월 삼양식품이 소송 사실을 알았음에도 곧바로 주주들에게 알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 공시규정에 따르면 상장사는 청구금액이 자기자본의 5% 이상인 소송이 제기될 경우 주주들에게 지체 없이 알려야 한다. 균형잡힌 정보를 제공해 투자를 오로지 주주판단에 맡기겠다는 취지다.

삼양식품은 삼양USA로부터 100년간 독점영업권에 대한 금액인 1조원 규모의 소송을 당했다. 이는 자기자본의 563.2%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공시대상이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삼양USA와 원만히 합의에 이르게 된 시점에 공시를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당시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본격적으로 해외에 수출되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급등하던 시기와 겹친다. 몇 년째 2만원대에 맴돌던 삼양식품 주가는 2016년 6월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현재 8만원대까지 올라왔다.

300억원대에 불과했던 삼양식품의 라면 수출액이 그해 1000억원을 넘어서면서 주가에 호재로 작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 식품담당 애널리스트는 "해외에서 본격적으로 불닭볶음면이 팔려나가기 시작하면서 삼양식품 주가가 함께 뛴 것"이라며 "소송 사실이 알려졌다면 호실적의 원인이 됐던 해외판매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제기됐을 수 있다"고 봤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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